밤에도 꺼지지 않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우리의 눈은 알게 모르게 혹사당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빛에 노출되는 것도 모자라, 잠을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는 이들이 많아 눈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눈은 신체 여러 부위 중 가장 노화가 빠른 부위로, 평상시 눈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른 나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망막 질환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통해 망막 질환의 예방과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

안저검사란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과 시신경, 혈관 등을 들여다보는 검사를 말한다. 동공을 통해 눈 내부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안과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산동제를 사용해야만 정확한 검사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산동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망막과 시신경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어 검사 과정에서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산동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관찰할 수 있는 부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망막 주변부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산동제를 활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안저검사는 3대 실명 질환이라 불리는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의 진단에 유용한 검사 방식이다. 이러한 망막 질환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시야가 좁아지거나 어두워지면서 심각한 시력 저하를 초래한다. 한 번 손상된 망막과 시신경은 다시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망막 질환은 최대한 빨리 진단하여 진행 속도를 늦추고 망막,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최선이다. 40세 이상의 연령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연 1~2회 안저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20~30대라 하더라도 망막 질환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안저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예컨대 고도근시나 초고도근시인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망막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젊다 하더라도 안저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진 20~30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질환도 망막, 눈 혈관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망막 질환 가족력이 있을 때에도 안저검사를 꼬박꼬박 받아야 한다.

안저검사는 복잡한 절차나 대기 없이 간단하면서도 비침습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검사 비용도 1~3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별도로 준비하거나 예약할 필요 없이 당일에 검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시간에 대한 부담도 적다.

다만 특수 카메라를 이용해 의사가 망막, 시신경, 맥락막 등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검사자의 실력이나 숙련도에 따라 결과의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전문의가 직접 검사를 진행하는 병원을 찾아 안저검사를 받아야 한다.

칼럼기고 : 서울퍼시픽안과 배소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