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퍼시픽안과 조준희 원장 의학칼럼] 녹내장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녹내장은 시야가 점점 좁아지며 결국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안질환이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꼽힌다.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손상되어 나타난다. 정상 안압(10-21mmHg)이라도 녹내장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어 조기 자각이 어렵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정상 회복이 불가하기 때문에 위험한 질환이다.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완치라는 개념이 아닌,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둔다. 따라서 녹내장을 예방하고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평소 정기적인 안과 검진 및 일상생활에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녹내장의 진행속도는 유전적인 요인이나 나이, 기저질환, 가족력 등의 영향으로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인 요인은 안구의 내부 구조와도 관련이 높다. 특히 근시나 고도근시가 있다면 안축장이라는 눈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시신경이 팽팽해져 상대적으로 더 얇아지고 구조적 이상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 녹내장 위험이 더 증가한다.
나이도 녹내장 진행속도와 연관이 깊다. 눈은 노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부위로, 나이가 들면서 눈의 내부 압력 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녹내장을 부추길 수 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환자가 주를 이루지만, 본격 노화가 시작되는 40대 이상에서 발병률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최근에는 30대 젊은 층 환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9만 명의 녹내장 환자 중 40대가 15만 명, 30대 환자가 7만 3000여 명이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도 녹내장 진행을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질환들은 눈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 진행이 더욱 빨라진다.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도 눈 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액체인 방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녹내장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
녹내장을 발견하면 진행속도를 늦추도록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안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점안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안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안약으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레이저치료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녹내장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밤낮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실내외 온도차가 큰 계절에는 특히 안압 상승을 유발하고 시신경의 혈액순환 을 방해하기 때문에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순간적인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무산소 운동보다는 자전거 타기,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안압을 낮추는데 더 도움이 된다.
밤에 불을 끄고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이나 TV 시청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담배와 술, 커피 등의 카페인 음료도 혈관을 수축시키고 시신경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항산화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녹내장 유병률이 증가하는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인 안압 측정과 시신경 검사를 권한다. 고혈압, 당뇨 등의 심혈관질환, 고도근시 또는 초고도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요한다.
칼럼기고_ 서울퍼시픽안과 조준희 원장.